보고싶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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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림 |
작성일 작성일 :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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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잘 지내? 여기는 이제 제법 더워졌어 낮에는 엄청 덥다가도 밤이 되면 쌀쌀하기도 하네 ㅎㅎ 할아버지 없는 세상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많이 보고싶고 후회도 많이 하고 있어 예전에 말 안듣는 어린이 네명이서 할아버지방 뛰어다니다가 할아버지 다리밟고 그래서 혼도 나고 엄마아빠 지코바 할 적에 안나고모 차에 실려서 할머니집 가서 엄마아빠 보고싶다고 울던 나한테 건빵주면서 쩔쩔매면서 엄마한테 전화시켜주던 할아버지 모습이 생각이 나네
나한테 할아버지는 집앞에 감나무처럼 크고 튼튼한 나무였어 그 밑에 그늘에서 해도 안맞고 비도 안맞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보고싶은거만 보고 자랐어 내 사는게 뭐 바쁘다고 욕심에 할아버지 자주 보러 가지도 않았으면서 전화로 몇번 사랑한다 했다고 내가 잘한게 아닌데.. 할아버지 보내고 난 그래도 이렇게 했어 하면서 내 마음편하려고 합리화했어 잘한것도 없는게 끝까지 이기적이지.
할아버지랑 나랑 함께한 시간은 23년 남짓이지만 할아버지 덕에 내가 행복한 기억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셀수가 없어 우리가 다음 생에는 백년해로 했으면 좋겠네 그 때는 친구로 만나서 같은 세대에 같이 살아가자 !
할아버지 생전에 내가 맨날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거나 뭐먹었냐 물어보면 맨날 그냥 밥 먹었다그러고 먹고싶은거 없다그랬잖아 사실 그게 엄청 마음아팠어 촌에서 무슨 재미로 사는가 싶다가도 할아버지 좋아하는 낚시 한 번 따라가주지도 않고 할아버지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할아버지 마음 한 번 읽어볼 생각도 안했어 작년 어버이날에 드리는 꽃이 마지막인줄 알았으면 카네이션 백송이를 했을걸 그랬다. 꼭 한번 안아볼걸 그랬다 그 때 어버이날 선물로 건강검진을 받게 할걸 그랬다. 아빠고모삼촌한테 건강검진 받게 하자고 징징거려 볼 걸 그랬다
너무 보고싶다 할아버지가.. 아직도 거제에 있는거 같애 나만 부산에 온 거 같아
아직도 알바하다가 비가 오는 저녁에는 할아버지 떠난 그날이 자꾸 생각나 언니한테 전화왔을때 비가 땅을 뚫는 느낌이었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도 갈라지고 숨도 잘 못쉴만큼 먹먹했어 할아버지 그 때 나 보고갔지? 할아버지 마지막 함께 못한거 할아버지도 마음아파서 비오는날 안다치고 올수있게 우리아빠 지켜주고 나도 지켜준거죠? 할아버지 떠나고 너무 마음아파서 할아버지 자주 입던 외투 하나랑 할아버지가 읽던 구약성경 하나 할아버지가 사뒀던 볼펜뭉치 할아버지 라이터 몇개랑 할아버지 쓰던 핸드폰 가져왔어 아! 우리아빠 군복에 할아버지가 숨겨놓은 비상금 들켰다~ 그거 가족끼리 사이좋게 나눠가졌어 내가 5만원권 하나 들고왔다 ㅋㅋ 할아버지 떠나고 다 정리해버리는게 무서워서 내가 가져왔어 할아버지 물건 내가 가져와서 할아버지가 자꾸 돌아보고 편히.못쉴까봐 걱정도 했는데 그 와중에 이기적이라서 내가 할아버지를 영영 잊는게 더 무서워서 가져와버렸어. 할아버지 떠나면 남는게 할아버지 물품밖에 없다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이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것중 제일 큰게 내 이름이었어 나 죽을때까지도 할아버지가 남긴 내 이름이랑 함께 할 수 있고 죽어서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더라고 .. 그리고 우리아빠도 ㅎㅎ 내가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할아버지. 예쁜 이름으로 평생 살 수 있게 해줘서도 너무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떠나고 아빠가 참 많이 후회하고 답답?해 하기도 했어 생전에 할아버지랑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풀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 부분은 떠나는 할아버지도 답답하고 속상했겠지. 언젠가 우리 아빠 다시 만나면 꼭 우리 아들 뭐가 속상했는지 물어봐주세용 할아버지 큰아들 아직도 많이 힘들고 기댈곳이 없어요 내가 아직은 힘도 없고 바보라서 큰 버팀목은 되어주지 못하지만 자그마한 지팡이라도 돼주고 싶은데 아는것도 없고 지혜롭지도 못해서 지켜보고 사랑해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어 . 그러니까 시간이 좀 더 흐를때까지만 할 수 있는걸 열심히 하고 있을테니 정말 시간 많고 여유 넘칠때 우리아빠 꿈에 한번만 나와서 괜찮다고 말해주면 안돼? 결국엔 또 부탁이라 너무 미안해 하부지.. 아빠를 보면 자꾸 할아버지가 겹쳐보여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할아버지처럼 외롭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시간 할아버지한테 속죄하면서 살게 외롭게 해서 미안해 자꾸 안방에만 있게 해서 미안해 남겨진 마당에 자꾸 부탁만 해서 미안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다들 이렇게 아프고 빨리 떠나는겨? 내가 문제인겨?
내 외침이, 내 마음이 꼭 할아버지한테 전달됐으면 좋겠어 손자 손에 넉넉할 유 임할 임. 늘 넉넉하고 넓게 임할게요 할아버지 사랑해♡ 또 생각나면 글 남길게